OAK

이형기 시의 언술과 주체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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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ernative Title
A Study on the Enunciation and the Poetic Subject of Hyeong-gi Lee's Poems
Abstract
이형기 시 세계의 전개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초기 시의 동화(同化)적 서정성과 중기 이후 시의 저항성 사이의 단절이다. 그러나 이 두 경향에는 세계와의 불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유하려는 일관된 열망이 작동하고 있다. 세계와 맞서 자신의 존재를 붙들려는 노력은 각 시편 속에 마련된 주체의 형상 속에 응집된다.
이형기의 시적 실천은 늘 세계와의 단절을 마주보는 데서 시작된다. 그는 세계와 자신 사이의 그 빈틈을 단순히 메움으로써 세계의 질서에 편입되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그곳과는 다른 자리를 만들기 위해 분투한다. 그의 시적 주체들은 이 분투의 산물이며, 그의 텍스트는 이 새로운 주체의 자리를 만들기 위한 실천의 장이다. 그의 주체들은 늘 세계에 대한 비동화의 표지로, 세계 속의 증상으로 남기를 고집한다. 이형기의 전체 시작에서 두드러지는 자의식적 경향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주목되어야 한다.
이형기 시의 내적 구조를 이해함에 있어 가장 생산적인 방법은 그의 시를 세계 인식을 담는 그릇으로 보지 않고, 세계에 대항해 있는 자로서의 존재 형상을 창조하려는 실천의 현장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형기의 텍스트에는 한 편의 시적 언술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대상에 대한 인식이 결국 자기 인식으로 겹쳐지는 언술 상황이 반복되어 나타난다. 텍스트 속에서 세계 내지 타자의 등장이 특정한 주체의 존재 방식으로 수렴되는 모습이 두드러지는 것인데, 이런 언술 방식에는 새로운 주체의 자리를 생산해내려는 텍스트적 실천 과정이 담겨 있다.
이형기의 전체 시작에서 두드러지는 언술의 구성 원리는 은유이다. 그의 은유는 시어와 이미지의 구성 차원을 넘어 텍스트가 드러내는 사유의 운동 형식으로 확장되어 있다. 이형기의 은유론은 주체성의 발현과 새로운 의미의 창출을 한 자리에 모은다. 그는 은유에 내장된 생성적 사유를 시적 창조의 가능성으로 취하고, 기지의 언어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주체적 위치를 얻는다.
이형기의 전체 시작은 언술의 방향성에 따라 초기 시와 중기 이후의 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자기 구축에 강조점이 놓여있는 초기 시는 내면의 질서를 세워 자기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그로 인해 언술은 내향성을 띤다. 반면 중기 이후 시작에서 두드러지는 선언의 언술은 내면이 아닌 외부 세계를 향해 발언하는 주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저항자로서의 자기 규정을 제시하며 언술 내에 부정과 거부의 자세를 투영한다.
초기 시의 주체가 보이는 내향성은 자기 강화를 통한 성숙의 구현으로 나아간다. 초기 시에서 세계와의 불화를 지시하는 시적 증상은 멜랑콜리이다. 정신분석의 논의에서 멜랑콜리는 상징계라는 대타자의 질서를 받아들이면서 잃어버리는 주체의 일부분, 즉 존재의 결여와 관련된 감정이다. 이형기의 초기 시는 결여를 능동적으로 상징화하고 언어 바깥으로 달아나는 삶의 부분들을 붙들어 그것을 다시 주체화하려는 자기 치유의 과정을 보여준다. 즉, 초기 시는 상실을 능동적으로 의미화하고 결여를 상징화하면서 다시금 자신의 현실과 존재의미를 구성해가는 애도 작업으로 해석할 수 있다.
초기 시에서 이런 현실 재구성의 과정은 시적 주체의 자기구축 과정과 연동된다. 그리고 여기서 동일시와 환상의 구성이라는 능동적인 작용이 추출된다. 이형기 시의 동일시는 기지의 나를 외부 대상들을 통해 ‘인식’하는 방법이 아니라,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능동적으로 스스로를 ‘구축’하는 방법이다. 초기 시작에서 이러한 동일시에 의거한 자기구축의 과정은 ‘대상과 같은 나’라는 직유적인 언술 속에 새겨진다.
중기 이후 시작에서 세계와의 적극적인 대결의지는 규정의 언술과 부정의 언술을 통해 구체화된다. ‘나는 ~이다’로 요약되는 선언의 언술은 세계 속의 병증으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주체의 은유를 마련한다. 또한 언술 내부의 인칭 변환과 부정 구문의 등장은 앞선 언술과 이어지는 언술 사이에 단락을 형성하며, 대상과 대상, 단어와 단어를 연계하는 상상적 해석의 주체를 언술 내부에 투영한다. 이와 함께 논리적 모순을 통해 일상적 의미체계를 벗어나는 역설의 창출은 반응적 거부를 넘어 능동적으로 의미를 창안하는 방법이 된다.
이상 살펴본 것처럼, 이형기의 시적 언술은 대상과 의미의 질적 변환을 창출하는 능동적 주체화의 과정을 담는다. 시의 전개 속에서 대상은 특정 의미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의미를 열어간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 창출의 과정에서 능동적인 주체의 모습이 순간 빛을 발한다. 대상에 대한 사유의 과정과 관계 맥락의 변모를 포착하는 이형기 시의 언술은, 시의 의미론적 맥락을 넘어서서 그 의미 창출의 과정에 강조점을 둔다. 언술 내에 발생하는 변환의 지점들은 그의 시를 의미로의 침전이 아닌 끝없이 새로운 의미의 생성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로써 이형기의 시는 스스로를 의미 생성의 주체로 정립해나가는 실천의 양식이 된다.
의미 창출을 통한 주체성의 구현에 목적을 두고 있는 이형기 시작에서 은유의 생성력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의미의 운동을 일으키고 제3의 의미를 생성하는 은유의 원리는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자기 형상을 마련하려는 이형기 시의 핵심적 방법론이다. 그는 은유를 통해 자기 이미지를 구축하고, 또 의미 생성 과정에서 존재를 발휘한다. 즉 그의 은유는 의미 변환의 과정을 담는 언술 속에서, 의미를 구축하는 능동적 행위자의 자리를 지시한다. 그로 인해 은유는 의미 생성의 방법임과 동시에 주체화의 방법론이 된다. 이형기 시의 은유는 대상과 대상을 연계하는 작용의 주체를 보여주며, 이는 능동적 의미화의 과정을 언술 내부에 부각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의미의 변환과 생성 과정을 담는 이형기 시의 언술은 세계 속 단독자인 주체 자신을 가리키며 주체화의 장을 연다. 이형기 시의 자기지시성은 대타자와의 관계에서 늘 자기 자신이기를 고수하는 주체의 존재윤리를 체현한다. 그의 시는 어떤 초월적 대상과의 합일이나 세계와의 타협을 꾀하지 않는다. 즉 그의 시적 주체들은 그 저항의 자세 속에서 늘 세계를 의식하면서, 세계 속의 균열 자체가 되기를 꿈꾼다. 이러한 균열로서의 시적 존재론은 스스로를 세계 속의 타자로 설정하고, 그로 인해 총체성의 허상을 파괴하는 증상적 주체의 탄생을 보여준다. 그는 증상의 창출로서의 시작을 전개하면서 체계 바깥으로 통하는 입구를 암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형기의 시는 존재의 특수성을 고집스럽게 견지하며 그를 통해 세계를 향해 질문을 던지는, 시적 저항의 새 지평을 연다.
Author(s)
조별
Issued Date
2013
Awarded Date
2013-08
Type
Dissertation
URI
https://repository.sungshin.ac.kr/handle/2025.oak/5511
http://dcollection.sungshin.ac.kr/jsp/common/DcLoOrgPer.jsp?sItemId=000000008101
Alternative Author(s)
Byul, Cho
Affiliation
성신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Department
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과
Advisor
한영옥
Table Of Contents
논문개요

Ⅰ. 서론
1. 연구 목적
2. 연구사 검토 및 문제 제기
3. 연구 방법

Ⅱ. 이형기 시의 은유적 언술
1. 비재현적 언어와 의미
2. 능동적 주체의 작동
3. 주체화 의지의 체현

Ⅲ. 자기구축의 언술과 내향적 주체
1. 멜랑콜리와 애도
1) 정서적 배경으로서의 멜랑콜리
2) 상실의 의미화와 애도
2. 동일시의 언술과 환상
1) 시적 대상의 내재화
2) 구조적 직유와 환상
3. 나르시시즘과 내면의 구축
1) 자기 강화의 과정
2) 내면적 성숙에의 의지

Ⅳ. 자기규정의 언술과 외향적 주체
1. 대결과 자기증명
1) ‘허무화’ 의지의 발산
2) 자기지시적 진술
2. 선언적 언술과 주체의 은유
1) 자기규정 방식으로서의 은유
2) 1인칭의 사용과 기능
3. 세계 해석의 의지
1) 부정과 인식의 명징성
2) 역설을 통한 존재 해명

Ⅴ. 결론

참고문헌
ABSTRACT
Degree
Doctor
Publisher
성신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Appears in Collections:
국어국문학과 > 학위논문
공개 및 라이선스
  • 공개 구분공개
  • 엠바고2013-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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