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기 한국 영화의 형성과 전개 양상 연구
- Abstract
- 이 논문은 해방기 한국 영화의 형성과 전개 양상을 살펴보는 데 목적을 둔다. 해방기에는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피식민의 역사를 청산하고 새롭게 민족 독립 국가를 형성해야 한다는 당면 과제가 주어졌다. 그런 만큼 이 시기에는 조선의 모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분야에서 새롭게 태세를 정비하는 복잡한 상황을 연출한다. 이러한 과정과 함께 진행된 한국 영화 분야의 태세 정비 상황을 살펴보는 것은 이후 영화의 형성과 전개 양상에도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해방 후 군정기와 단독정부 수립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일제 식민 잔재의 극복은 부지불식 간에 뒷전으로 사라지고, 오로지 새로운 독립 민족 국가 만들기라는 과제만이 전면으로 부각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대다수의 친일파 세력이 해방 후 그대로 지배층을 점유하는 과정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일제 식민지 극복이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채 오로지 민족 독립 국가의 명분에만 매달리게 될 때 그것은 허울 좋은 명분론이 됨과 동시에 식민지적 잔재를 그대로 계승하는 파행적인 역사 진행의 과정을 거치게 되고 만다. 이것은 해방기가 중요한 과제로 제기했던 탈식민성을 극복하지 못한 문제와도 연결된다.
탈식민적 민족 해방의 역사적 과정이 해방기의 상황을 설명해 주는 것이라면 이는 곧 탈식민과 민족주의와의 관련성으로 귀결된다. 실제로 한국 영화들이 강도 높게 다루고 있는 것은 바로 민족주의와 독립 국가 형성에의 열망이다. 민족 국가의 이러한 과정은 결국 식민 경험을 통해 내면화된 ‘타자성과 열등감’을 보상받기 위한 자기 치유적 회복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드러나는 ‘주체성’ 혹은 ‘정체성’의 문제가 탈식민 주체의 특이한 위치를 말해 준다는 점이다. ‘타자성과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주체는 새로운 ‘주체성’을 다시 정립하면서 시작된다. 즉, 탈식민을 지향하는 나라들은 주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으로 개인의 주체성 혹은 국가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열망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별히 중요하게 취급되는 것이 바로 ‘민족성’과 ‘전통성’을 기반으로 한 ‘고유한 주체성’이다. 우리나라가 해방 후 ‘식민’의 과거를 청산하는 방법으로 ‘식민의 잔재’를 적극적으로 기억하고 그것을 말소시키는 것에 매달리지 않은 채 새로운 ‘국가 만들기’ 혹은 ‘민족 국가의 정체성’ 확립에 지나치게 가열찬 열정을 쏟았던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해방기 한국 영화의 역사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해방기 당시의 탈식민적 정치 노선을 감안해야 할 것이며 이와 연동한 한국 영화의 위상 정립 문제가 면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이것이 해방기가 지닌 역사적 과제였던 탈식민의 모색들을 놓치지 않으면서 그 역사적 자장 안에서 그것들과 연동하며 한국 영화가 형성한 ‘모태’ 혹은 ‘터전’으로서의 의미를 좀더 명확하게 부각시키고 해방기 한국 영화의 역사적 의미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논의를 위해 이 글에서는 우선 일제 시대로부터 해방기까지 지속적으로 전개된 탈식민 서사로서의 민족주의 운동의 맥락을 살펴본다. 탈식민의 서사가 민족주의 서사와 밀접한 관련성 속에서 모색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이러한 지향은 이미 일제 강점기의 민족 해방의 서사로부터 그 자양분을 제공받으며 형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개입되는 것은 민족주의 운동의 두 갈래 방향이다. 좌·우익으로 형성된 민족주의 민족 해방의 서사는 탈식민적 모색의 과정이었으며 이는 일제 강점기로부터 해방기까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정치적 논리였다.
또한 이러한 두 진영은 모두 식민 잔재의 극복과 청산, 새로운 민족 독립 국가의 형성을 소망했으나 이 강렬한 소망 성취의 이면에서는 상이한 방식의 방법론이 개입되어 있었다. 즉, 이 두 진영은 각자의 진영론 속에서 서로를 ‘타자화’시킴으로써 자기 진영의 주체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이러한 주체화 과정에서 개입된 각 진영의 논리는 해방기에 더욱 격렬한 양상으로 전개되며 상이한 민족 국가 형성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각 진영의 국가와 민족에 대한 의지와 결단의 행위는 결코 화해할 수 없는 극단의 지점에 서 있었던 것이다.
한편으로 해방기 두 진영의 영향 아래에서 한국 영화가 산하 단체로 기능하면서 선전·선동의 유리한 매개체로 작동할 수 있었던 점을 전제한다. 그리고 문단의 산하 단체로서의 한국 영화 단체의 활동을 간략히 일별함으로써 이들 단체들의 성격과 그것이 지닌 의미를 살핀다. 이 과정에서 한국 영화가 탈식민의 효과적인 선전·계몽의 일환이었다는 점을 발굴된 작품을 통해서 파악해 볼 수 있다.
영화 작품의 분석을 통해 각 진영의 명분론을 영화 속에서 좀더 직설적으로 녹여내려고 했다는 점을 밝힐 수 있다. 또한 우익 진영이 정세의 판도를 좌지우지하게 되면서 한국 영화가 전반적으로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민족의 전통성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며 민족 국가에 대한 의지와 결단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과정이 결국 우익 진영의 식민적 욕망을 은폐하는 일환으로 작용했다.
또한 영화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좌·우익이 공히 자기 진영론에 빠져서 상대 진영을 타자화시킬 뿐만 아니라 민중의 현실까지 망각하고 오로지 ‘계몽의 서사’에만 매달린 채 민중을 전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특별히 우익 진영의 논리를 잘 반영한다. 작품에 나타난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전통성에의 강조 등은 이 점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한편 해방기 극심해진 미국 할리우드 영화 중심의 외화 범람은 한국 영화가 해방기의 열악한 상황에서 자주적 토대를 정립해야 하는 과정에서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때 한국 영화계는 할리우드 영화의 질적인 저급함을 타자화함으로써 그것을 타개하기 위한 한국적이면서도 고도의 예술성을 확보하여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영화를 모색하기에 이른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한국 영화를 세계 보편성을 기준으로 하여 지속적으로 타자화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그러므로 이후 한국 영화는 지속되는 외화의 범람과 그 질적인 수준에 대응하여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보편적일 수 있는 ‘전통성’을 보여 주는 영화를 제작하는 길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해방기의 민족운동을 통한 탈식민의 정치 논리는 우익이 정치의 주도권을 잡아 나가는 과정에서 미래에의 낙관론과 전통성의 강조를 통해서 그들이 청산하고자 했던 식민적 잔재를 그대로 온존시키고 식민지적 근성을 그대로 은폐하는 서사가 이루어지는 과정이었다. 민중의 현실을 전유하고 좌익을 불온한 것으로서 타자화시키는 일련의 상황은 해방 후의 한국 영화의 과제로서 여전히 문제적인 것으로 남겨진다고 판단된다. 해방기 이후 출현한 신파 멜로 영화, 반공 영화, 문예 영화 등의 각 장르들은 이러한 점을 잘 반영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한국 영화의 탈식민적 모색들이 여전히 현재적인 문제로 남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 Author(s)
- 한영현
- Issued Date
- 2010
- Awarded Date
- 2010-08
- Type
- Dissertation
- URI
- https://repository.sungshin.ac.kr/handle/2025.oak/7168
http://dcollection.sungshin.ac.kr/jsp/common/DcLoOrgPer.jsp?sItemId=000000006550
- 공개 및 라이선스
-
- 파일 목록
-
Items in Repository are protected by copyright, with all rights reserved, unless otherwise indic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