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생식물 생태와 수분매개자 네트워크에 기반한 생물다양성 보전
- Abstract
- 수분(pollination)은 꽃의 형태, 자웅이숙, 개화계절, 교배체제, 방문하는 매개자의 종류와 행동, 그리고 더 나아가 군집 내 종들 간의 상리공생적 상호작용과 같은 현화식물의 복잡한 진화, 생태적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수분은 변화하는 환경에서 생물개체군의 존속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기능 유지에도 중요한 기여를 하므로 종 또는 서식지 보전에 필수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본 연구는 한국에만 분포하는 희귀식물인 모데미풀(Megaleranthis saniculifolia)의 소백산 아고산 개체군에서 개화, 교배체제, 수분매개자를 조사하였고, 열대 목본종으로 쓰임새가 많지만 기초적인 번식 관련 정보가 부족한 멀구슬나무과 참죽나무(Toona sinensis)에서 독특한 자웅이숙 양상을 조사하였다. 또한 과도한 개발로 훼손되어 침입식물의 유입 수준이 높은 한국의 해안사구지역에서 식물-수분매개자 상호작용 네트워크의 구조를 분석하여 생태계의 기능과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보전 방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소백산 정상부의 아고산식물인 모데미풀의 자웅이숙성, 교배체제, 두 개체군[이른 융설 구역(ESP)과 늦은 융설 구역(LSP)]의 개화특성을 조사하였다. 또한 소백산의 두 조사구역(NE와 NW)에서 모데미풀의 개화초기(4월 27-28일)와 개화중기(5월 7-8일)에 방문하는 수분매개자 종류와 이들의 온도에 따른 다양성 및 풍부도 변화를 조사하였다. 모데미풀은 암술과 수술의 성숙시기가 부분적으로 겹치는 불완전 자예선숙성을 나타냈다. 교배실험의 결과 대조구의 골돌성숙률은 인공타가수분, 인공자가수분, 자율자가수분처리된 꽃들보다 각기 1.3, 2.8, 5.3배 더 높았고, 종자성숙률은 각기 1.7, 6.4, 12.4배 더 높았다(P<0.001). 취과성숙률에 근거한 자율자가수정지수(AI)와 자가화합성지수(SI)는 각기 0.33, 0.50이었다. ESP의 융설은 LSP보다 10일 빨랐고 이에 따라 ESP와 LSP의 개화수명과 개화계절이 현저한 차이를 보였으나 두 개체군의 개화절정일은 불과 4일의 차이를 보였다. 두 기간(개화초기와 개화중기) 동안 총 4목 11과 12종의 수분매개자가 모데미풀에서 관찰되었고 이들은 대체로 파리류(5종)와 벌류(4종)였다. 총 12종의 방문자 중 9종이 꽃가루를 주두에 부착시키는 유효수분매개자로 판단되었다. 온도가 상승한 개화중기(27℃)에는 온도가 낮았던 개화초기(15.8℃)에 비해 매개자 다양성이 증가하였고(개화중기 vs. 개화초기 = 10 vs. 7) 방문빈도는 4배 이상 증가하였다(67 vs. 281). 우점매개자는 파리류에서 벌류로 뚜렷하게 전환되었다. 매개자의 방문빈도는 온도에 정비례하였다(P<0.001).
멀구슬나무과에 속하며 열대 목본종인 참죽나무(Toona sinensis)가 현화식물 가운데 가장 드문(총 4과 5속) 자웅이숙 유형인 duodichogamy의 개화양상을 보이는지 판단하기 위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 20지역 48개체로부터 이들의 꽃 형태, 화서 내 성 배열과 암·수꽃의 개화양상 및 기간을 조사하였다. 참죽나무는 한쪽 성 기관이 퇴화된 기능적 단성화를 가지고 있었다. 자방 길이와 너비를 제외한 수꽃의 각 기관(꽃잎 길이와 너비, 약 길이, 수술대 길이)은 암꽃보다 컸다. 기산화서에서 수꽃은 정단지 또는 측지에서 관찰된 반면, 암꽃은 측지에서만 관찰되었다. 전반적으로 참죽나무 개체들은 대체로 수꽃→암꽃→수꽃 순서로 개화했고, 개체 수준에서 수꽃은 암꽃보다 훨씬 더 오래 피었다(수꽃 vs. 암꽃 = 17-20일 vs. 2-4일).
침입식물의 유입수준이 높은 강원도의 세 해안사구지역[양양군 남애해변(YN), 동해시 노봉해변(DN), 삼척시 맹방해변(SM)]에서 식물-수분매개자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조사하였다. 세 지역에서 침입식물종의 꽃 풍부도는 SM지역이 가장 높았고, YN지역이 가장 낮았다. 세 지역에서 네트워크의 구조적 특성을 알 수 있는 지표와 구성종별 생태적 역할을 알 수 있는 지표를 산출했고 상호작용하는 식물의 종류에 따라 매개자를 3가지 유형(자생+침입식물 모두 방문, 자생식물만 방문, 침입식물만 방문)으로 분류하였다. 침입식물이 유입된 세 해안사구지역에서 벌목 분류군은 총 상호작용 빈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세 지역의 네트워크 연결밀도(C)는 0.142-0.158이었고, 모두 non-nested 구조를 보였다. 그 중에서도 침입식물의 꽃 풍부도가 가장 높았던 SM지역의 nestedness 수준이 가장 낮았다. 또한 SM지역은 세 지역 가운데 specialization(H2'; 0.626)과 modularity z-score(51.72)가 가장 높았고, module의 수도 제일 많았다(8개). 구성종별 생태적 역할을 알기 위해 c, z값을 산출한 결과, 모든 지역의 네트워크에서 침입식물은 대체로 module간 연결에 크게 기여하는 connector로 식별되었다. YN지역에서는 꼬마꽃등에가 connector로, DN 및 SM지역에서는 양봉꿀벌이 network hub 역할을 하는 수분매개자로 식별되었다. 모든 네트워크에서 침입식물종은 BC 및 CC값이 가장 높은 핵심종으로 식별되었고, 꼬마꽃등에(YN), 꼬마꽃벌류(DN), 양봉꿀벌(SM)은 수분매개자 핵심종으로 식별되었다. 총 6종(파리류 2종, 벌류 3종, 나비류 1종)의 수분매개자는 세 지역에 모두 출현하고 자생식물과 침입식물을 모두 방문하는 종으로 확인되었다. 두 지역 이상에서 자생식물에 전적으로 방문하는 종은 총 5종(딱정벌레류 1종, 벌류 3종, 파리류 1종)으로 확인되었다. 침입식물에만 방문하는 종은 모두 3종(메뚜기목 1종, 나비목 2종)이었고 이들은 모두 달맞이꽃의 수분매개자였다.
결론적으로, 소백산 아고산지역 모데미풀은 불완적 자예선숙성이며 수분매개자 서비스를 통해 거의 타가수정으로 번식하는 조건부타가수정 식물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융설 시점과 후속적인 개화특성의 변동은 이미 희귀식물인 모데미풀을 더욱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본 연구는 소백산 모데미풀의 우점 매개자 전환에 온도가 주요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함을 시사한다. 온난하고 건조한 기후는 모데미풀과 파리류의 생존과 궁극적으로 모데미풀의 번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본 연구는 멀구슬나무과에서 최초로 참죽나무가 duodichogamy임을 보고하였다. 참죽나무에서 관찰된 여러 개화특성은 멀구슬나무과에서 추가적인 duodichogamy 종을 발견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참죽나무의 짧은 개화기간과 상대적으로 적은 암꽃의 수는 다른 duodichogamy 종의 적은 배주 수와 같이 수꽃-수꽃 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Duodichogamy의 지리적 분포와 개화시기에 대한 정보는 이들이 발견될 수 있는 잠재적 후보군을 한정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는 침입식물이 유입된 한국 동해안 사구지역의 식물-수분매개자 네트워크가 전반적으로 절멸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며 침입식물의 과도한 우점 양상이 이 지역의 상리공생 네트워크를 더욱 단편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미 한국의 해안사구지역에 널리 퍼진 침입식물은 식물-수분매개자 네트워크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네트워크 붕괴위험을 고려하여 단계적인 제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세 해안사구 네트워크의 안정성과 기능 유지 측면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양봉꿀벌은 보전가치가 높은 종으로 판단되었다. 반면, 네트워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침입식물보다 자생식물을 주로 또는 전적으로 방문하는 수분매개자는 해안사구지역의 생물다양성을 고려할 때 반드시 보전조치가 필요한 종들로 사료된다.
- Author(s)
- 이학봉
- Issued Date
- 2018
- Awarded Date
- 2018-08
- Type
- Dissertation
- URI
- https://repository.sungshin.ac.kr/handle/2025.oak/7071
http://dcollection.sungshin.ac.kr/jsp/common/DcLoOrgPer.jsp?sItemId=000000012935
- Department
- 일반대학원 생물학과
- Advisor
- 강혜순
- Degree
- Doctor
- Publisher
-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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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학과 > 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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