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K

고정희 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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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ernative Title
The Study of Goh Jung Hee's Poems
Abstract
고정희는 초기의 서정시, 기독교적 세계관을 담은 시와 함께 사회 구조와 정치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들을 수렴하고, 점차 범위를 넓혀 여성의 사회적 억압에 대한 자각을 담은 시편들을 창작하였다. 이후 시인은 노동시, 민중시, 장시 등 70~80년대의 시적 형식과 내용을 두루 섭렵하면서 평자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 그는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새로운 시 형식의 가능성을 부단히 탐구했으며 부정의 현실 속에서 정치적으로나 윤리적으로 금기시되었던 시적 언어들을 과감히 들고 나왔다. 나아가 그의 시는 단지 페미니즘의 구호에 머무르지 않고 차차 민중을 향해 뻗어 나갔다.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시적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 형식을 모색해 나가기도 하였다.
고정희는 자신의 실존 조건과 사회 구조를 따로 분리하지 않고, 개인과 사회의 끊임없는 연계와 길항 속에서 자신의 문제의식을 확장해 나갔다. 그러므로 그의 삶과 전체 시작의 유기적인 고찰이 긴요하다. 즉 시인의 전기적 사실에 대한 정리와 함께, 초기 시에서 후기 시에 이르는 동안 그의 시 의식이 개인적 실존에 대한 천착에서 점차 여성주의로, 나아가 민중의식에로 접근해 가는 추이를 고찰해 나갈 때, 그의 시세계의 맥락을 종합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것이다. 고정희의 시작 전체를 개괄하면, 주제 의식의 변화에 따라 초기 시, 중기 시, 후기 시로 나뉠 수 있으며 각 시기별로 두드러지는 주제적 특성이 다음과 같이 추출된다.
초기 시는 첫 시집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1979)에서부터 <실락원 기행>(1981), <초혼제>(1983)를 거쳐 제4시집 <이 시대의 아벨>(1983)을 출간한 시기까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시기 고정희는 서정성이 농후한 시편, 특히 연시를 주로 창작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기독교적 구원의식에 기초한 시적 지향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시기는 내면세계의 탐색과 실존의 문제에 절박하게 매달렸던 시기로 볼 수 있다.
연시로서의 서정적 깊이와 함께, 고통과 고독에 대한 구원의식을 표현하고 있는 이 시기의 작품들은 ‘양심과 정의의 상실에서 오는 어둠의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시인은 이러한 출발점에서부터, 갈망하는 대상을 향한 지향을 통해 고통을 승화시키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어 스스로가 추구하는 가치, 욕망의 근본적 지향점을 구체화시키기도 한다.
중기 시는 <눈물꽃>(1986), <지리산의 봄>(1987), <저 무덤 위에 푸른 잔디>(1989), <여성해방출사표>(1990)를 출간한 시기까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시기는 여성주의 관점에서 주목받은 다수의 시를 발표하여 페미니스트 시인으로 자리매김되는 시기이다.
고정희의 여성주의 시에는 우선 역사 속의 여성 인물에 대한 재해석의 시각이 두드러진다. 고정희는 역사 속의 여성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전환함으로써, 우리가 반성 없이 수용하고 있던 전통적인 여성상이 품고 있던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을 드러내 보인다. 고정희는 결국 미래를 열고 세상을 품는 것은 여성이라고 역설한다. 이때의 ‘여성’은 억압받는 타자가 아닌 초월적 ‘모성’으로 의미화 된다. 전통여성의 왜곡된 이미지, 가부장제의 억압으로 인해 발생한 갈등은 ‘모성’ 안에서 비로소 해소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모성 또한 종국에는 모성 이데올로기로 내면화되고 만다. 이는 여성을 억압하는 또 다른 기제로 작용할 위험을 내포하고, 이 지점에서 고정희의 여성주의는 또 다른 모순에 부딪히게 된다. 또한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언어를 통한 분노의 표출은 주제를 강조한다기보다는 흥미를 끌기 위한 구경거리(spectacle) 언어로 전락할 위험성을 내포한다.
후기 시는 <광주의 눈물비>(1990), <아름다운 사람 하나>(1991),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1992)를 출간한 시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의 시는 민중적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한편으로는 여성주의적 관점을 과격하게 노정한다. 그리고 동시에 초기 시에서 보여주었던 서정시적 지향으로 회귀하는 모습 또한 드러나고 있다.
초기와 중기 시에서 살펴볼 수 있는 주제 의식의 다양한 변모 양상들은 결국 민중적 리얼리즘이라는 핵심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즉 하나님이라는 기독교의 절대자가 구원할 대상으로 지정된 힘없고 가난한 자들, 그리고 사회 구조에 의해 억압받는 여성의 삶에 대한 천착은, 기득권 세력과 사회의 모순 속에 핍박받는 민중에 대한 관심으로 수렴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인이 초기와 중기를 거치며 치열하게 고민한 문학과 사회의 올바른 관계, 즉 부정과 억압이 판을 치는 사회에서 시가 지녀야 할 윤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이 후기의 민중적 리얼리즘 시로 귀착된 것이다.
민중의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깊어질수록, 고정희는 민중의 삶과 애환을 보다 적절하게 담아낼 수 있는 시 형식을 찾는 데 집중했다. 짧은 서정시의 형식으로는 충분히 담아낼 수 없는 민중들의 현실적 삶을 보다 여실하게 다루기 위해 고정희가 선택한 것은 장시 형식이었다. 고정희는 민중의 삶의 한 순간을 다루기보다는 그들의 삶의 전체를 다루고자 했고,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서정시 양식보다는 보다 많은 서사를 담을 수 있는 장시 형식이 보다 적합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고정희의 장시들이 대부분 우리의 전통적 서사 양식 중 하나인 굿 양식을 차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집 <초혼제>(1983), <저 무덤위의 푸른 잔디> (1989)는 시집 전체가 씻김굿 형식을 취하는 장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굿 양식에 대한 시인의 의식적인 천착을 예증한다. 이러한 전통 서사 양식의 차용은 실험적 시도라는 차원에서 높이 평가될 수 있으나, 자칫 장황한 사건들의 나열에 그치거나 패러디의 남용이 될 수 있어 시가 갖는 서정의 긴밀성을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고정희의 굿 양식을 차용한 시편들은 주제 의식과 시 형식을 일치시켜 보다 효과적인 주제 의식 전달의 방편을 마련하고 있는 점에서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다.
Author(s)
이경희
Issued Date
2010
Awarded Date
2010-08
Type
Dissertation
URI
https://repository.sungshin.ac.kr/handle/2025.oak/2269
http://dcollection.sungshin.ac.kr/jsp/common/DcLoOrgPer.jsp?sItemId=000000006514
Alternative Author(s)
Lee, Kyong Hee
Affiliation
성신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과
Department
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과
Advisor
한영옥
Table Of Contents
Ⅰ. 서론 1
1. 연구 목적 1
2. 연구사 검토 및 문제 제기 6
3. 연구 방법 19

Ⅱ. 삶의 여정과 詩觀의 형성 23
1. 삶과 서정의 융화 23
2. 여성주의 관점의 확보 30
3. 소외계층을 향한 시선과 리얼리즘의 관점 36

Ⅲ. 고정희 시의 志向과 기법 45
1. 동일성 열망과 戀詩의 서정성 46
1) 초월적 존재와의 합일 48
2) 자연물과의 동화 55
3) ‘그대’의 추구와 주체의 소멸 59
4) 간절함의 형상화 양상 63
2. 기독교적 구원 의식 78
1) 신의 호명과 기구(祈求) 84
2) 고통의 치유와 구원의식 97
3) 성서 인유와 주제의 강화 101
3. 여성주의 志向과 시각 108
1) 전통적 여성 이미지 해체 111
2) 피해자 여성의 전경화 117
3) 모성의 강조 123
4) 문제의식의 강화와 어조 131
4. 민중적 리얼리즘의 추구와 실제 143
1) 소외계층의 위무와 고발 147
2) 민주화를 향한 열망 153
3) 곡진한 恨의 목소리 158

Ⅳ. 결론 167
Degree
Doctor
Publisher
성신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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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국문학과 > 학위논문
공개 및 라이선스
  • 공개 구분공개
  • 엠바고2010-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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